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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자의 캐나다의 이야기

    수필가 / 토론토
    한국 문인협회 회원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
    다수의 수필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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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났다. 꼭 만나고 싶었는데. 어느 날 새벽

인간 승리

 

드디어 만났다. 꼭 만나고 싶었는데.

 

 지난 이른 봄 이었나? 어느 날 새벽, 

 내가 가고자하는 그 가게는 오전 7시에 오픈한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겠다고 하며 잠을 잤는데 눈을 뜨고 보니 6시,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더 누워 있다 간 다시 깊은 잠이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면서 눈을 뜬 김에 아주 일어났다. 

 

 운전석에 앉아 차창으로 보이는 밖은 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여명 속에 나뭇잎 사이로 설핏 보이는 무엇이 있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보니 사람이 다리 한쪽은 없는데 목발도 없이 한쪽 다리로 콩, 콩, 콩, 콩. 점프하면서 뛰어가는 것이 아닌가? 내 눈을 의심했다. 아니 이 어둑새벽에 한쪽 다리로 점프하면서 뛰어가다니 . 도대체 한 쪽 다리로 저렇게 뛸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순식간에 그 사람이 없어졌다. 

 나는 출발하려던 차에서 내려와 두 손으로 나뭇가지와 잎을 헤치고 그 사람이 또 나타나기를 바라면서, 그 쪽 공원을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아도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허깨비를 보았나? 무엇에 홀렸나? 어떤 것을 잘못 보았나? 이게 웬일인가? 고개만 갸우뚱해질 뿐. 하루 종일 그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 나는 그 근방에 가면 그곳을 바라보며 그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혹시라도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해서다. 확인하고 싶었다. 다시는 안 나타날까? 그 일이 사실 이었나? 

 

 9월 어느 토요일 오전 9시경, 나는 운동 삼아 좀 걸어야 하겠기에 늘 눈여겨보던 그 작은 공원에서 왔다 갔다 걷다가 벤치에 잠깐 앉아 있는데, 한쪽 다리의 그 사람이 나타났다, 세상에. 정말로. 

 토끼눈을 뜨고 보니, 양쪽 겨드랑이에 끼었던 두 목발을 빼서 큰 나무둥치에 비스듬히 기대어 세워놓고, 한쪽 다리가 없으니 오른쪽 한쪽 다리로 콩, 콩, 콩, 콩 점프하면서 앞으로 뛰어가는 게 아닌가! 오 마이 갓! 

 즉시 나는 핸드폰으로 비디오를 찍으며 벌떡 일어나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 사람은 저만큼 갔다가 돌아서 다시 목발 있는 쪽으로 콩, 콩, 콩, 콩 점프하면서 한 발로 헐떡거리며 웃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나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와우 너 참 대단하다, 진짜 용감하다, 정말 최고다” 등 아낌없는 찬사와 응원의 말을 했더니, 심장이 벌떡대며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채 땡큐! 땡큐! 를 연발한다.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오래전부터 너 만나기를 원했어.” 

 나무둥치에 몸을 기대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도 땡큐! 땡큐! 를 잊지 않았다. 

“너 언젠가 새벽 미명에 여기를 뛰었지? 그때 나는 한 발로 점프하는 너를 보았고, 내 생각에 테리 확스(Terry Fox)가 살아서 왔나? 하며 너무 놀랐어.”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는 새벽 어둑할 때 가끔 여기 와서 테리 확스처럼 점프하며 달리는 운동을 한다고 했다. 

 속으로 반갑기도 하고 얼마나 놀랬던지. 이 일이 사실이라니.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의 키는 185cm 정도가 넘어 보이는 건장한 흑인이었고, 이름은 제임스, 32세며 자메이카에서 캐나다 토론토로 온 지 14년이 되었고, 7년 전에 노동하다가 다쳐서 다리를 절단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기 손으로 가리키는 저쪽 아파트에서 산다고 하며, 걸 후렌드는 백인 케네디언 동갑내기라고 했다. 걸 후렌드가 있다는 것에 힘주어 말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활짝 웃으며 두 엄지 척을 해주었다. 컴퓨터를 공부한다며 정부에서 얼마간의 돈도 받는다고 하고, 심호흡을 멈추지 못하는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테리 폭스 알아요? 너처럼 한쪽 다리가 없지만, 한쪽은 의족을 끼고 희망의 마라톤을 한 이곳 캐나다의 젊은 운동선수, 암 연구 활동가?” 그는 안다 고를 반복했다. 

“닉 부이치치(Nick Vujicic) 알아요?” 안다고 했다. 

“두 팔과 두 다리가 없는 몸으로 늘 웃고 감사하며 불가능은 없다고 하는 닉 부이치치, 결혼하여 4명의 자녀들도 두었어요. 유튜브에 비디오 많이 나와 있어요.” 그는 다 알고 있다며, 나보고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이름과 몇 살이냐고 묻는다. 

“한국, 남쪽 한국, 72세, 헬렌” 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도 테리 확스처럼, 닉 부이치치처럼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고 했다. 

 숨이 차서 헐떡거리면서도 웃고 있는 그의 눈동자에서 나는 분명히 희망을 보았고, 위대한 도전을 하는 그에게서 인간승리를 보았다.

  

 제임스는 공원 주위를 뛰면서 내면의 어떤 세계를 꿈꾸며 뛸까? 그가 원하는 세계를 향하여 저토록 점프하는 그의 희망은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다음에 만나면 물어볼 것이다, 그렇지, 비록 다리 한쪽은 없더라도 운동부터 해 놔야 하는 것이 건강의 기본일 것이다. 최선을 다 할 때 기적은 일어난다. 

 

 가슴 아픈 동정이 앞섰다. 그런데 말이다, 정작 동정 받아야할 사람은 나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두 다리 멀쩡해가지고 오늘도 걸을까? 말까? 망설이며 주저하고 머릿속에서는 걷지 말아야 하는 핑계를 계속 찾는다. 게으름을 피우는 나는 참으로 한심하고 초라하기 그지없다. 

 

 제임스가 이 공원에 오는 날과 시간을 알았으니 그를 만나면 그의 옆에서 함께 점프하며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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