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개천

 

실개천

 

 

 

우리 이제는 알리라
동무들과 물장구 치고
벌거벗고 멱을 감던
어느 해 여름 하마터면
빠져 죽을 뻔했던 개천이
무르팍까지 밖에 오르지 않는,

 

해가 갈수록 흐를수록 작아져
올챙이, 송사리, 손바닥만한,
다 멀리 흐르고 떠나고
콜라 깡통, 소주병, 플라스틱
바위 틈에 숨지도 않고
짙은 빛깔 자랑하며……

 

눈물로 시작된 흐름이다.
부닥칠까 두려웠던 바위
보내며 손만 흔들던 풀들
함께 물장난하던 친구들도
흘러 어디로 갔는지 몰라도
우리는 떠나야 길을 간다.

 

내 생에 따뜻했던 봄날
먼 길 떠나 온 지금
멈추어 서서 돌아보는데
다시 갈 수 없는 시절 그리워
꼭 감은 두 눈에
실개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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