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허수아비

 

 


 

혼자 몸을 흔든다

흥이 나서 춤을 추지 않고

마지못해 몸을 흔들고 있다

코가 없고 입이 떨어져 나가도

눈을 크게 뜨고 지켜 보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햇빛 따사하고 바람 부드러운 날

노란 벼 이삭들의 황금 물결

하얀 쌀밥 배부르게 먹을 수 없지만

쌀 한 톨 버릴 수 없는 세상 

날아오는 새 몇 마리 쫓았다고

중요한 일 했다 생각해도……

 

 

새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

이 도시에서 지킬 것이라곤

두 발 딛고 서있는 자리뿐인데

뺏은 자리 빼앗기지 않으려고

식구들의 일용할 양식을 구하려고

눈 크게 뜨고 입 다물고 서있다

 

 

하루 세끼 먹는 것 이외에

머리에 다른 생각이 있는지

아니 생각 자체가 있는지

네 가슴은 무얼 느끼는지

바람도 불지 않는데 머리를

몸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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