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

 

님이 가신 후 지난한 물고기 자리의 상흔들

 

날이 갈수록 그리움의 얼굴들이 우수수

 

늦가을 잎새로 지고 쓰나미로 쓸려간 텅 빈 자리

 

어느새 역사의 한 겹이 허물 벗겨지고

 

헐벗은 나는 창백한 나목으로 서있네

 

휘청이며 걷는 길에 그늘로 다가와준 기사들의 손길이

 

이제는 낙엽으로 멀어져 가고 남은 빈자리마다 

 

밀려오는 추억을 밟고 서서 맨몸으로 떨고 있네    

 

냉기 어린 거리마다 잃어버린 얼굴들을 그리움이라 부르며

 

멀어지는 안개 낀 추억의 뒤안길을 돌아보네.

 

 

 

 

 

불멸의 생명수 음률만을 괴나리 봇짐에 맨 오랜 길손은

 

세상을 등지고 홀로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외길을 걸었네

 

기다림의 가루 서말에 시심의 누룩으로 빚어낸

 

천국의 신비를 가슴에서 풀풀 휘날리며 거리마다 외쳐 불렀네

 

언제나처럼 그대에게로 가는 외로운 떠돌이 길에

 

내게 손 내밀어준 이름 모를 옛전사들의 온기를 떠올리며

 

찬바람 채찍질을 무릅쓰고 님이 기다리는 산정상을 향해 오르네.

 

 

 

 

 

“쿼바디스 도미네”

 

질문을 허락 받지 못한 낙인 찍힌 방랑자의 숙명에

 

잃어버린 생명나무를 찾아가는 열망만이 불타오르네

 

멀고 먼 꿈의 황금성을 기리는 떨리는 나목의 기도 소리마다 

 

생명 나무의 오색 장식이 피어나고 별빛 조명이 켜지네

 

달빛 세레나데를 부르는 님의 노래 소리에 일사분란 

 

천사의 무리들의 새날을 향한 말발굽 소리 요란할 때   

 

금빛과 은빛으로 빛나는 별들이 나목을 휘감아 꽃단장을 하고 

 

어느새 생명수 넘치는 새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신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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