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씨

 

 

 

우크라이나의 전형적인 잉꼬부부인

알렉스와 토냐는 언제까지 행복할 것 같던

해맑은 미소로 아들과 딸을 사회의 지도자로 키워내고

고국을 그리워하면서도 이국에서 단단한 둥지를 틀고

이웃인 나를 만나면 언제나 미소로 반겨주곤 하였네

그러나 지난한 역사 속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마침내

행복하기만 했던 토냐의 발목을 잡고 폐암이라는

시련의 쓰나미 불청객이 불쑥 찾아들었네

코비드의 아리랑 고개를 버겁게 넘어가던 어느 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소식과 더불어 날아든

행복했던 토냐의 폐암 소식은 탐욕의 역사가 낳은 상흔이

곪았다가 마침내 폭발하는 희생의 활화산이런가.

 

 

한 평의 땅에 누우면 족할 육신이란

흙으로 돌아갈 덧없는 한 줌 먼지이련만

영혼은 토기장이 신 앞에서 무엇을 변명할 것인가  

서로 참혹한 무기를 앞다퉈 만들어 핵폭탄으로

인류를 대위기로 몰아가는 일이 어찌 사랑이라 할 것인가  

아벨을 죽인 가인을 불러 동생이 어디 있는가 물었듯이

신은 어김없이 한 영혼마다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물으리라

인간이란 서로가 형제요 가족이자 한 운명체인 지구촌에서

진흙으로 빚어진 대지와 하나인 혼불인 것을

참담한 무기로 순수 영혼들을 파멸시키려 하는가.

 

 

어머니 지구를 흠집 내는 일이란

신의 가슴을 도려내고 신의 사랑을 거스르는 일

무수한 아벨의 피가 하늘에 닿았고 사랑을 어긴 자들은

죽어도 살아도 용서받지 못할 숱한 가인의 죄업을

주홍 글씨 달고 영혼의 뼛속까지 깊게 새기는 일     

무수한 영혼들이 탐욕으로 땅뺏기를 하겠지만

피 흘리며 쓰러진 순수영혼들의 신원의 강이 하늘을 적실 때  

눈먼 영혼들은 신의 주홍 글씨를 어찌 지울 것인가

끝없이 불타는 무저갱 타르타르에서 불타오르는 주홍 글씨를

가슴에 새기고 심장이 타고나면 다시금 새 심장이 돋아나는

끝 모를 불길 속에서 생명을 앗아간 업장을 어찌 씻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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