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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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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122. 바르셀로나의 성 가족교회당 Templo Expiatorio de la Sagrada Familia(2)

 

(지난 호에 이어)
교회라기 보다 울창한 숲같이 보이는 외벽을 타고 십자가 모양으로 우뚝 솟은 큰 전나무위로 나르는 흰 비둘기떼가 ‘이 땅에 평화!’를 외치는 듯하다.  비둘기가 보여주는 평화의 상징 외에, 성 가족 교회는 포도열매로 ‘기적의 종교’를, 성가족의 모습을 통해 ‘사랑’을, 나팔수의 힘찬 고적으로 ‘승리’를, 로우즈윈도우로 ‘영원의 종교’를 상징하고 있다.
교회를 둘러싸고 높이 솟은 12개의 종탑 중에 여덟 개의 탑은 완성되어 유난히 반짝이는 카탈리안 햇빛을 받고 서 있다. 예수의 열두 사도를 상징하며 세운 종탑마다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들이 밑에서 위로 올라가며 적혀있다. “HOSANNA!”   “GLORIA!!”   “INEXCELSIS DEO!!!”라고 써있는 송가를 따라 부르다 보면 내 시선은 어느 듯 그 영광의 보좌를 향해 하늘을 우러러 보게 된다.

 

가우디가 가장 높이 헌양하려고 한 곳은 교회의 중앙 돔이다. 170미터 높이에 아직 미완인 이 돔 위엔 크고 빛나는 십자가가 들리워지리라. 그 옆엔 예수님 살아계실 때처럼 ‘성모 마리아의 탑’이 가까이 서게 되며, 또 그 옆엔 ‘네 명의 복음전도자탑’이 서게 되리라.
또 하나 미완의 탑, 영광의 정면은 기도와 구속으로 얻는 은총의 과정--죄, 덕행, 죽음, 천상--을 보여주며, 성령의 일곱 가지 은사를 상징하는 일곱 개의 기둥이 문 앞에 서리라고 한다. 탑 꼭대기에는 삼위일체 하느님을 상징하는 작품을 얹어줄 가우디의 후예 건축예술가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가우디는 본당의 중앙회중석을 이십 년에 걸쳐 완성했다. 크기가 모두 다른 기둥들 사이로 빛이 들어와 마치 숲 속에 앉아 있는 듯이 느끼게 하고 싶었던 그는 그 기둥들이 온 세계에 흩어져 복음을 전하는 사도들과 교회들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달팽이 모습을 닮은 나선형 층계로 성전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가면 둥근원형으로 덮인 천장에 찬양의 노래가 하늘까지 들릴 듯 가우디 특유의 음악적 에코의 효과를 느끼게 한다. 층계를 빙 돌며 하늘을 우러러 순례자의 여정을 체험할 수도 있고. 꼭대기에 올라가 다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내 옛날 이야기가 들려 오는듯한 창문의 불빛들이 내려다 보인다.

 

한 작가의 숭고한 정신이 작품 속에 완성 되려면 주위의 많은 후원자 그리고 그 지방의 협조가 중요한 것 같다. 속죄의 뜻으로 짓는 이 교회는 헌금과 기부금으로만 건축하느라, 여러 번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찾아 오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 일년에 1백만 명가량의 방문객과 순례자들이 줄을 이어 헌금하는 것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교회 지하층의 박물관에서 ‘성 가족교회당’을 스틸화로 그린 성경책 꽂이를 식구들과 교회 친구들에게 주려고 많이 사왔지만, 후원 헌금을 미처 생각 못한 것이 가우디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리스도의 탄생을 조각한 정면 양 옆으로 난 울타리 위엔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이 자라는 과일-포도, 석류, 귤, 호두 열매들을 색색으로 조각해서 먹음직스럽게 얹어놓았다. 그리고 지중해에 사는 생물들-자라, 뱀, 올빼미, 다람쥐들이 조각작품이 아닌 진짜 생물처럼 주위를 돌아다니고 그 사이사이로 따뜻한 나라의 나무와 꽃들이 향기를 전하며 자연의 교향악을 울리고 있다.
바르셀로나 시가 교회중심의 대지를 공원으로 마련 해준 ‘성가족교회 공원’ 푸른 잔디엔, 진달래와 장미꽃들이 화려한 무대장식처럼 이 조각작품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름다운 한낮의 찬양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은 밤도 낮처럼 환하게 빛내 주는 교회당의 야경이다. 낮보다 더 밝고 아름다운 밤의 성가족 교회당은, 황금빛 사도의 옷을 입고 온 세상에 궁극적인 평화를 알리려고 하얀 비둘기들을 하늘 높이 날려보내고 있었다. “당신 앞에서는 어둠도 어둠이 아니고 밤도 대낮처럼 환합니다”(시편139)고, 노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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