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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향 김수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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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캐나다의 칼럼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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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친구


 

 

 대부분이 노란 꽃 개나리, 프리지아, 수선화, 노란 장미는 좋아하면서도 노란 민들레 꽃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민들레는 생명력이 강해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좋은 땅인 정원의 예쁜 꽃 옆에도 또 잔디 사이에도 불쑥불쑥 불청객으로 자라는데 사람들은 잡초라 하여 ‘우리 꽃밭에 또는 우리 파란 잔디 사이에 왜 귀찮게 나와 있니’ 하면서 뽑아버린다


뽑힌 민들레는 무참히 쓰레기통에 벼려지기도 하고, 건강식품으로 새콤달콤한 무침이나 살짝 익혀 나물로 식탁에 올려져 맛있게 먹기도 한다. 뽑히지 않고 제대로 자라면 동그랗고 샛노란 미소를 보여 주는데, 한사코 잡초라 천대를 받는 민들레다.


그렇게 귀찮아하면서도 몸에 좋다 하여 잎도 꽃도 뿌리까지 캐어, 정하게 말려서 건강 차를 만들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소화불량도, 관절질환도, 인체에 노화도 막아주는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비타민이 들어 있다니, 뿌리는 간과 담의 질환 치료에 서양에서도 일찍부터 사용해 왔다는 민들레는 쌉쌀한 쓴맛이 나른한 봄에 입맛을 돋워주는 나물로 많이 먹어주는 것이 웰빙 중의 웰빙이 될 것 같다.


나는 민들레 꽃을 볼 때마다 아련한 어린 시절로 돌아가 고향을 그리며 옛날의 그리움에 젖는다. 민들레가 피던 들판에서 친구들과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뛰놀면서 토끼풀 꽃처럼 꽃 반지, 팔지도 만들어 서로 끼워주고 어깨동무하며 나물도 캐던 시절이 한없이 그리워 오기 때문이다.


샛노랗고 쪼개 한 예쁜 얼굴에도 나이가 들면 노란색이 점점 엷어져 가면서 눈 깜박할 사이에 호호백발이 되는 과정이 꼭 짧은 우리 인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척박한 땅에 떨어져도 억세게 사는 모습과 어떤 놈은 호화롭게 영양이 많은 정원에 떨어져 쑥쑥 미끈하게 잘도 커가는 모습이 부잣집 자식과 가난한 집 자식 같은 차이가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던 가꾸지 않아도 열심히 자라서 똑같이 호호백발로 충실하게 수많은 자기 자손을 퍼트리는 민들레를 볼 때마다 많은 교훈을 얻는다. 어떻든 꽃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민들레와 언제부터인지 나는 사랑을 나누고 싶어졌다. 늦은 봄바람이 솔솔 부는 날이면 수많은 민들레 씨앗이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정착을 하는데 어떤 것은 수천 리도 날아간다니 하느님과 아브라함의 약속처럼 고향과 친척을 떠나 낯선 곳으로 별처럼 많은 자손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향해 순종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같아서 보잘것없는 나도 욕심을 버리고 너처럼 가볍게 주님 말씀을 많이 뿌릴 수 있다면 하고 부질없는 마음으로 또 그렇게 해 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에 젖어 보기도 한다.


 그러려면 내가 멀리멀리 날아갈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되어야지, 아니 멀리까지 가지 못해도 가까이에도 많이 뿌리고 잘 가꾸면 언젠가는 말씀의 열매를 맺을 날이 오지 않을까.


꽃밭에 덤쑥 덤쑥 섞여 있는 널 볼 때마다 하잖은 것이라 별 생각 없이 외면 했는데 이제는 그것이 아닌 것 같다. 방긋이 웃는 얼굴로 나를 정답게 의미 있게 또 사랑을 고백하는 것 같아서 볼수록 귀엽게 보인다. 그래서 시인들은 일찍부터 너를 알아보고 봄 향기 노래가 흐르는 너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나 보다.


민들레야! 나도 이제는 너의 친구가 될 거야, 담장 밑 돌 틈에서 햇살을 향해 겨우 잎을 내밀고 자라면서도, 어느 날 까꿍~ 하고 노란 얼굴 환하게 내밀며 오직 당신을 위해서 피어났다는 사랑 고백을 어찌 외면할 손가! 이제부터 나는 너를 귀하게 여기는 너의 봄 친구가 되련다. (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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