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HNCHO

    조준상 (로열르페이지 한인부동산 대표)

    Korean Real Estate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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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시간들(The rest of our journey)(35)

JC칼럼(164)

 

(지난 호에 이어)

 필자는 언제나 일을 해왔고, 또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한 이상한 병이 있다. 금전적인 불안이라기 보다는 그것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조차 확실치 않다. 이런 공포와 불안증상이 어디서 왔는지, 왜 그런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잠이 깊게 못 들고, 매일 이상한 꿈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것 역시 아마도 현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병 가운데 하나일 거라 짐작해 본다.

 

 또래 친구들과 만나면 필자와 비슷하게 밤에 잠이 잘 안 온다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잠 안 오는 병 역시 심각한 일로 낮에 일할 때 능률이 오르지 않고 항상 멍하니 피곤한 기분으로 생활을 하게 된다. 아픔을 동반하는 심각한 병보단 덜하지만 기분은 별로 좋지 않은 현상이다.

 

 성경말씀 시편 127편 2절에는 복된 자에겐 잠을 주신다는 구절이 있는데, 잠을 잘 자는 것 역시 큰 축복인 것을 알 수 있는 말씀이다. 필자를 포함한 친구들의 나이가 벌써 70대 중반이고 필자의 부모님 두 분이 78세에 돌아가신 걸 생각하면 필자의 남은 세월이 조급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하지만 필자의 친구들 중 몇몇의 부모님들은 아직 생존해 계시는데, 그들의 나이는 평균 100세를 넘는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100세 시대를 실제로 살고 계신다. 문제는 그분들의 거의가 온갖 노인병에 시달리며 고통을 받고 사시니, 장수하는 것은 좋지만 때로는 그 길이 과연 축복인지는 잘 모르겠다.

 

 얼마 전 노스욕 멜 라스트맨 광장에서 토론토한인축제(전 한가위행사)가 열렸다. 토론토총영사관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K-Pop Star들이 대거 초청돼 출연했다. 때문에 젊은층, 현지인들이 많이 참여해 축제는 성황리에 마쳤다. 이런 일을 위해 봉사하는 회장, 임원진, 봉사자 모두가 헛되지 않았고 또 빛이 난 행사였다. 또 날씨도 우리를 도와 대성황을 이루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역시 정작 한인동포들과 그들의 자녀 즉 한인 2, 3세들의 참여는 여전히 저조했다. 참여자 대다수가 K-Pop공연을 관람하려는 어린 현지인들이 많았는데 아쉽긴했지만 그래도 한국을 알리고 자랑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고 정말 큰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지, 수년 전 필자가 책임을 맡았을 땐 그래도 한인 이민 1세 동포들의 얼굴이 많이 보였는데 이제 그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것을 보면 이제 나이가 들어 돌아가셨거나 아님 건강 때문에 거동에 문제가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물론 우리 모두가 가는 길이긴 하지만 어쩐지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면서 인생의 무상함을 또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필자 역시 이런 행사에 몇 번이나 더 참석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 주엔 필자의 자식(Stan Cho)이 온타리오 장기복지부(Long Term Care)장관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니 주위에서 축하도 많이 받았다. 또 장관이 되기까지 많은 수고와 희생 그리고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까지 해주신 우리 한인동포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필자의 자식이기에 무슨 말을 해도 자랑 밖엔 안 되니 그저 이런 기회가 우리 한인동포사회에도 좋은 일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일 뿐이다.

 

 필자는 이곳 캐나다에 살고 계신 한인동포들이 한국을 방문한다며 좋아하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들을 보면 모두가 고향을 간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는 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고향이란 그 누구에게도 좋은 것인가 보다. 하기야 그것은 사람뿐이 아니고 동물들에게도 마찬가지인 것이, 호랑이도 죽을 땐 태어난 곳을 찾고 물속에 사는 연어도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알을 낳고 죽으니 사람이야 오죽할까.

 

 물론 한인동포들의 고국 방문이 죽으러 간다는 말은 아니고 고향이란 누구에게나 좋고 또 그리운 곳이란 말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엔 한국을 방문한다는 것이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선 긴 비행시간이 겁나고 또 가봐야 찾아볼 사람도 별로 없으니 이렇게 한국에 있었던 연고도 다 끊어져 버릴만큼 바쁘게만 살아왔다. 때문에 50년이 훌쩍 넘어버린 이민생활이 후회스럽기도 하면서 과연 이곳 캐나다에 수십 년을 살면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하니 공연히 한숨과 함께 눈시울이 젖는다.

 

 지난 주엔 오랜만에 학교동창들과 골프를 치고 저녁을 함께 했는데 모두가 왜 그리 빨리도 늙었는지, 어느새 모두들 변해 있었다. 머리가 백발이 되고 당뇨다, 뭐다, 무슨 병명들은 그리도 많은지 모두가 안아픈 사람이 없었다. 잠깐 사이인 줄만 알았는데 그 잠깐의 세월이 긴 시간이었나 보다. 우리 모두가 나이에 관계없이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남은 세월일랑 주위를 돌아보며 살 수 있는 여유 역시 우리의 삶에 없어선 안 되는 것 같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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