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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칼럼] 내 마음의 ‘기생충’- 욕망과 이기심의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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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높은 곳을 향하여'... 영화 ‘기생충’에서 기우(최우식 분)가 가정교사 면접을 보기 위해 찾아간 저택

 

 

 영화 한 편의 위력이 이처럼 대단한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백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아온 할리우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상 처음으로 비영어권인 한국영화가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출연 배우, 스탭들의 개인적인 영광은 물론, 한국인 전체의 커다란 영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전 세계가 공포와 실의에 잠겨있는 시점에서 국제 영화계의 비주류인 한국영화가 당당히 최고 위치에 오른 것은 풀이 죽어 있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아름다운 꿈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만약 올해도 미국 영화가 오스카상을 석권했다면 이렇게 큰 반향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자금 동원 면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미국 등 세계  영화업계의 치열한 로비를 물리치고 당당히 최정상에 올라선 한국영화 기생충(Parasite). 


0…지난해와 올해 초에 걸쳐 권위있는 국제 영화상은 모조리 휩쓸며 세계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기생충’은 명예와 흥행 모두 대성공을 거두면서 그 인기 비결이 무엇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많은 이들이 기생충을 보고 나서 어쩌면 평범한 코미디 같은 영화가 이렇게 큰 상을 잇달아 수상한 배경이 무언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봉준호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 영화 '기생충'은 양극화와 빈부격차라는 사회 현상을 블랙 코미디 방식으로 전달한다. 가난한 가족과 부유한 가족, 두 가족의 미시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공통 담론인 빈부격차 문제를 아우른다. 


 전 가족이 모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는 친구가 소개해준 고액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인다. 이후 기우를 시작으로 딸, 아버지 기택, 아내까지 차례로 박 사장네 집 입성에 성공한다.


 박 사장네 가족은 똑똑한 척하지만 실제로는 바보 같다. 치밀하지도 않은 기택네 계략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 박 사장의 아내 연교(조여정)는 영어를 섞어 써가며 우아한 척하지만 사실은 단순하고 순진하기 짝없다. 기택네 가족이 완벽하게 박 사장네 집 기생(寄生)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생각하지 못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0…영화의 주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 문제로 떠오른 계층간 빈부격차라는데 이의가 없다. 계층간 격차야말로 지구촌 사람들의 공통 화두가 된지 오래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여러 나라 사람들이 와서 다 자국 이야기라고 했다"며 "가난한 자와 부자의 이야기니까 어느 나라든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구체적으로 들으니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기생충’은 자칫 묵직한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는 주제를 관객들로 하여금 마음의 부담 없이 그저 웃으며 즐기고 각자 나름의 결말을 생각하게 해준 것이 특징이다. 과외교사 기우를 보면서 가난한 시골 대학생이었던 나도 한때 부잣집 가정교사를 지낸 시절이 떠올라 아련한 향수를 느끼기도 했다. 그때 가졌던 서울 부잣집들에 대한 이질감 같은 것은 지금도 생생하다. 


 ‘기생충’은 반지하방에서 네 식구가 밑바닥 삶을 사는 극빈가정과 호화저택에서 여유롭게 사는 기업체 사장이라는 극단에 놓인 두 집을 설정했는데, 특이점은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통상 ‘부자는 억압하는 자, 가난한 자는 핍박받는 자’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아니라, 오히려 부자인 박 사장네는 순진하고 착해서 이용을 당하고, 가난한 기택네는 이들을 속이는 것으로 나온다. 즉, 선한 자와 악한 자가 뒤섞이는 구도로 관객들도 어느 한 편에만 감정몰입을 하지 않게 된다.


0…가난한 기택이네는 부잣집에 빌붙어 살고, 또 박 사장네는 다른 이들의 도움 없이는 집안살림이  작동되지 않으니 서로가 필요한 존재들이다. 즉 인간은 서로가 필요에 의해 상대를 이용하고 그에 빌붙어 살아가는 기생충 같은 존재들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정작 문제는 이기심과 욕망이 우리 안의 기생충이며 타인은 배척 아닌 공생하는 존재인 것이다. 


 기택네가 박 사장네에 기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사도우미가 없으면 집안이 엉망이 되고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없는 박 사장네를 생각하면, 도리어 누가 의존하는 기생충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결국 인간사회는 필연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모두가 서로 빌붙어 사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어차피 한데 섞여 살아갈 양이면 타인을 기생충으로 보기 보다 공생하고 상생(相生)해야 할 존재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진짜 기생충은 타자(他者)가 아니라 도리어 우리 안에 있는 이기심과 욕망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권력과 재력에 빌붙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민초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있는 진짜 기생충 같은 인간들만 없다면 말이다.   


0…‘기생충’은 기억에 남을 대사를 많이 남겼다. “이거 정말 상징적이다”,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다”, “냄새가 선을 넘는다”, “반지하 냄새야. 이사 가야 없어져", “아버지는 계단만 올라오시면 돼요.", "경찰 같지 않은 경찰, 의사 같지 않은 의사”, "착해서 돈이 많은 게 아니라, 돈이 많으니까 착한거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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