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안내기 작전

 

며칠 전에 히어링이 있어서 우리 차례를 기다리며 다른 케이스를 보게 되었다.

멤버는 백인의 젊은 여자 분으로, 많은 경험이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똑 부러지는 말투와 얼굴에 쓴 안경으로 인하여 더욱 더 총명하게 보였다.

케이스를 기다리며 이것 저것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있던 차에, 먼저 진행하던 인도 액센트 주인의 볼멘 소리의 불만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내용은 이러하였다.

세입자는 현재까지 7개월 정도의 월세를 내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그러니까 주인으로서는 빨리 세입자를 내보내야 했다.

월세 받기는 포기한 듯했다.

세입자는 영어를 모른다는 이유로 멤버에게 이런 말만 계속 하는 것이었다. “인터프리터 리 퍼블릭 ㅁㅁㅁ.”

 

멤버는 계속되는 반복적인 말에 당황하는 눈치였다.

멤버는 그래도 천천히 영어로 이야기 하면서 대화를 세입자와 시도하려고 하였지만 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세입자를 보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눈치였다.

멤버는 세입자에게 통역이 필요하면 히어링 오래 전에 보드에다 요청을 하든가 아니면 본인이 직접 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경우 꼭 공식 통역관이 아니어도 된다. 대부분 친구나 자녀나 이웃이 영어를 할 줄 알면 통역으로 쓸 수 있다.

 

멤버는 말이 통하지 않는 세입자와 히어링을 계속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라 판단하고 히어링을 연기하려 하였다.

주인은 세입자의 이런 행동을 예견이나 한 듯 멤버에게 히어링을 연기할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하였다.

첫째, 월세 밀린 금액이 2만 달러에 가까운 이 시점에서 히어링이 연기가 된다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으로 주인은 완전히 패닉 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입자는 멤버가 질문하고 있는 데도(영어가 되는 친구가 있으면 전화를 걸어 도움을 받으라고 하는데도) 계속 “인터프리터 리퍼블릭 ㅁㅁㅁ”만 외치며 딴청을 부리는 듯하였다.

드디어 주인이 마지막 한 마디를 하였다.

이 세입자는 지난번 주인에게도 똑같은 방법으로 1년 월세를 안 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듣는 멤버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듣는 나도 부끄러워 그 세입자를 쳐다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래도 말을 못 알아 듣는 사람을 상대로 명령을 내릴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려 다른 날짜로 히어링을 잡고, 그 대신 세입자는 꼭 통역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대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인도 주인의 표정은 처참할 정도였다. 아마도 다음 번 히어링 때는 주인이 세입자 통역관을 댈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민족의 사람들이 어울려 살다 보니 가끔 테넨트 보드에서는 별별일이 다 일어난다.

물론 주인이나 세입자가 영어를 못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 없이 히어링에 나와 통역관을 내놓으라는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시 이 세입자는 이런 상황을 연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씁쓸했다.

만에 하나 이 세입자가 주인에게 보상금을 요구하는 케이스라 하면 통역을 대동하였으리라. 아니면 직접 영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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