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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경제 및 시사문예 종합지 <한인뉴스 부동산캐나다>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품격 있는 언론사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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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의 예절-때와 주제를 헤아리자

 

 

 “친구야, 나는 그대가 직접 쓴 글을 보고 싶다. 잘 있다는 소식 한 줄이라도 친히 전해다오…” 지난 연말 한국의 친구에게 띄운 카톡 문자다. 무척 친한 동창생인데, 그는 아무 메시지도 없이 한 해가  넘어가는 그림영상을 보내왔던 것이다. 나는 그 영상을 열어보지도 않았다.

 

 이런 것이 너무 많이 쏟아져 들어오니 아무런 반가움이나 감흥을 느낄 수가 없다. 친한 친구에게 밑도 끝도 없는 이런 영상을 보내 무슨 말을 전하겠다는 것인지 야속한 생각마져 들었다.

 

 그제서야 친구는 잘 지낸다는 인사와 함께 바빠서 그랬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보내왔다. 나는 이에 “친구여,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우리만은 마네킹 같이 아무 표정도, 감정도 없는 싸구려 동영상 따위는 보내지 말자.”고 덧붙였다.  

 

 이런 예는 그나마 친한 친구이니까 통하지, 정말이지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고 툭툭 떠오르는 카톡 영상과 메시지는 왕짜증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아무 메시지도 없이 기계적으로 보내오는 동영상과 그림들을 나는 솔직히 열어볼 생각도 없어 그냥 지워버린다.

 

 개중에는 친하게 지내는 사람, 특히 손윗분이 동영상 또는 ‘좋은 글’이라며 보내오면 “고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라고 답신은 하지만, 죄송하게도 바쁜 시간에 그런 영상을 볼 시간도 없거니와 전혀 감동도 없어 겉치레 인사에 불과한 경우가 태반이다.                              

 

0…요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 치고 카톡(KakaoTalk)을 사용하지 않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지난 201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카톡의 사용자는 탄생지인 한국에선 거의 전 인구(약 5천만 명)가 쓰고 있고 해외에서도 급속히 늘고 있다.

 

 국내외 누적 가입자 1억명, 하루 평균 송·수신 메시지 110억건의 거대 플랫폼으로 성공한 카톡은  해외에 사는 동포들에게까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통신무기로 자리잡았다. 카톡의 모기업은 한국 최고의 재벌 반열에 올라 있다.       

 

 세계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소식을 주고 받는 것은 기본이고, 무료전화에 사진.동영상 전송 등 모든 것이 손바닥 안에서 이루어지니 이처럼 편리한 기기가 있을 수 없다. 전 세계에 퍼져 사는 사람들끼리도 많게는 수백 명씩 그룹을 만들어 채팅을 하니 늘 가까이서 모임을 갖는 기분이다.

 

0…카톡은 이른바 ‘프리웨어’로 사용에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전통적 통신수단이던 집전화가 무용지물이 된 지 이미 오래고, 지난 수십년간 의사 소통의 총아로 군림해온 인터넷 이메일 역시  한물 가는 추세다. 이제는 스마트폰, 그 중에도 종합 메신저로는 카톡이 단연 대세이다.

 

 하지만 카톡은 더 없이 편리한만큼 역기능도 만만찮아 요주의 대상이 됐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까톡” 소리는 소음공해가 돼버렸다. 교회나 장례식장, 중요한 회의 때 무심코 카톡 소리가 나면 황당하고 민망스럽기 짝 없다.

 

 특히 우리 같은 이민사회에서는 한국의 친구 친지들과 편리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지만 시간대가 낮과 밤이 바뀐 상황에서 매우 조심해야 한다. 요즘엔 소리가 나지 않게 해놓곤 하지만, 혹시 중요한 소식이라도 놓칠세라 신경쓰지 않을 수도 없다.

 

 우리의 경우 수년 전 장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새벽에 집전화를 통해 소식이 왔으나 이번엔 카톡을 통해 다른 급한 소식이 떴다. 새벽 5시, 카톡에 뜬 메시지는 와병 중에 있던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이러니 정작 중요한 소식을 보기 위해 마냥 묵음으로 해놓을 수도 없다.

 

0…카톡 중에도 가장 짜증나는 것은 그룹채팅(단톡방)에서 오가는 비속한 언어들이다. 누구나 경험했겠지만, 나의 경우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곳저곳 여러 그룹 채팅방에 엮여 있다. 적게는 20여 명에서부터 많게는 600명 가까이 꽤 다양하다.

 

 이중에는 중복해서 들어있는 경우도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동포사회 단체나 모임 따위에 참여하는 사람은 빤하기 때문이다(대략 1천여 명 남짓).

 

 문제는 카톡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양새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꼭 필요한 알림이나 소식 등을 올리면 좋겠으나 대부분은 잡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누가 한마디를 하면 보기에도 경망스럽기 짝없는 이모티콘을 마구 날리고, 어떤 사람은 대화의 흐름과는 무관한 뚱딴지같은 동영상이나 그림을 올려 대화의 맥을 끊는다.

      

 개중에는 카톡방을 자기 위상 과시나 비즈니스로 활용하려는 얌체족도 있다. 이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초대된 사람은 한 두번 지켜보다 방을 나가 버린다. 나도 불필요한 단톡방은 나가 버릴까  하다가도 그냥 뛰쳐나가면 혹시 성질 고약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울며 겨자 먹기로 눌러 있기도 한다. 이래서 카톡은 공해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전락해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0…나는 5년여 전부터 토론토 동포사회의 단톡방 시초격인 ‘조성훈 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무슨 소식이나 글을 올리기가 갈수록 조심스러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뉴스를 올리되 가급적 동포들이 꼭 알아야 할 캐나다의 뉴스 속보를 엄선해서 올린다.

 

 특히 요즘 코로나 관련 정부조치가 연일 쏟아지기에 늘 신경을 쓰고 있다.   

 

 단톡방을 운영하는 나름으로 원칙이 있다. 필요한 말만 요약해서, 간략히, 알기 쉽게, 길이가 길지 않게, 낮시간에만… 모든 일이 그렇지만, 잘 활용하면 약이 되지만 오.남용하면 독이 되는 법이다.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