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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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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한인사(2)-무궁화요양원 꼭 되찾는다

▲무궁화한인요양원 건물 전경

 

 올해는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나는 해가 될 것 같다. 인간세상의 모든 일상이 뒤바뀌고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났으며 또 사람들은 그런 환경에 점차 익숙해져 가고 있다. 어찌보면 그동안 지나치게 물질만능주의로 치닫던 인간세상에 잠시 숨을 돌리고 나를 돌아볼 시간을 안겨준 조물주의 오묘한 뜻이 담겨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코로나를 계기로 우리가 미쳐 깨닫지 못하고 넘어갔던 무심한 일상 속에 크나큰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음도 확인됐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양로원이다. 코로나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12월 초 현재 캐나다 전체의 코로나 사망자는 1만2,150여 명, 온타리오 주는 3,700여 명에 달하는데 이중 절반 가까이가 양로원에서 발생했다.

 

 코로나를 통해 양로원의 일부 민낯이 드러나긴 했지만 외부로 밝혀지지 않은 비참한 사실도 수두룩할 것이다. 열악하기 짝없는 수용소 같은 시설에서 심신이 쇠약한 노인들이 호흡기 질환에 걸려 수백 명씩 죽어나가는 비참한 현실은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 오죽하면 수북히 쌓여가는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군 병력까지 투입했을까.        

 

0…캐나다에서는 공식적으로 장기요양원(Long Term Care)이란 용어를 쓰고 주정부 차원의 전담 부처까지 두고 있지만 이는 ‘노인 방치 및 학대시설’에 다름 아니다. 한국말로 양로원(養老院)이라 하면 어감이 좋지 않아 요양원이라는 말을 쓰지만 그 자체가 위선적이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양로원은 일반인들의 관심이나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냥 나이 들어 자식들에게 의지하기 싫으면 가는 곳 쯤으로 여겨졌다. 자식들 입장에선 연로한 부모를 집단시설에 맡기는 것이 마음 아프긴 하지만 먹고 살다 보면 바빠서 자주 가볼 수도 없고, 자주 안 가면 자연히 관심도 멀어져 시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한 양로원에서 하루에 수십명씩 죽어나가는 모습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양로원의 충격적인 부실운영 실상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군대가 투입돼 양로원 실태를 조사했더니  바퀴벌레와 빈대가 기어다니는 너절한 침대에 노인들을 방치하고, 대소변을 못 가리는 노인들의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 악취가 진동하는 등 요즘 세상에 이런 곳도 있나 싶을 정도였다.

 

 밥먹는 시간이 지나면 아예 굶기고, 아파서 약 좀 달라고 해도 무시해버리기 일쑤였다. 치매 걸린 노인을 육체적으로 학대해 피멍이 들게 하고 심지어 침대에 묶어놓고 몇시간씩 꼼짝 못하게 하는 악질 요양원 직원도 있었다. 이건 요양시설이 아니라 죽음만 기다리는 대기실이었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시설에 갇힌 노인들은 ‘여기서 나가려면 죽는 길밖에는 없다’고 탄식했다. 양로원을 운영하는 영리단체(기업)는 이러고도 버젓이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을 받아낸다. 여기에 감독관청인 주정부 장기요양부는 오불관언(吾不關焉) 식이다.

 

0…양로원은 엄격히 말하면 이익사업이다. 돈을 받고 노인들을 돌보아주는 곳이다. 이러다 보니 인간대우는 사라지고 돈벌이에만 눈독을 들이는 사업으로 변질됐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요양원 건립 비용에 더해 침상 1개당 매년 5만여 달러의 운영비를 대주니 그야말로 돈이 되는 장사다. 이런 영리업체는 대개 여러 양로원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인건비를 아끼려고 수발드는 직원을 최소한으로 고용하는 등 노인돌봄보다는 돈 벌기에만 급급하다. 이런 현실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다.  

 

 지난해 무궁화한인양로원을 낙찰받은 리카케어(Rykka Care)라는 회사는 온타리오주의 총 626개 요양원 가운데 11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모기업인 리스판시브(Responsive)그룹은 14개의 요양원과 18개의 은퇴시설을 갖고 있다. 이들은 양로원 운영의 노하우를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진정 노인들을 보살피기 위한 차원의 노하우라기보다 돈을 버는 쪽에만 물리(物理)가 트인 기업이다.

 

 이 업체가 운영해온 양로원들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노인들이 목숨을 잃고 나갔다. 그러나 가족들은 면회도 제대로 못하고 발만 굴러야 했다. 급기야 이 회사의 여러 양로원이 주정부에 의해 운영권이 박탈됐고 분노한 가족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회사가 한인노인들이 입주해 있는 무궁화양로원을 인수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의 부모들이 어떤 취급을 당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0…지금 한인사회에서는 무궁화양로원을 재탈환하자는 캠페인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해 입찰에서는 돈의 논리에 밀렸지만 코로나를 계기로 부도덕한 영리기업이 양로원을 경영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드러난만큼 우리는 이제 다시 일어서야 한다.

 

 동포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무궁화요양원. 온갖 가시밭길을 걸어온 무궁화가 영리기업으로 넘어가면 다시 되찾기 어렵다. 어떤 경우든 리카케어 같은 업체에 넘겨줄 수는 없다. 전 한인사회가 합심해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펼쳐야 한다. 돈을 받고 기계적으로 노인들을 수용하는 사람들에게 어찌 우리의 부모들을 맡길 것인가.

 

 역설적이지만 이번 기회는코로나가 가져다준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냥 슬그머니 저들 손으로 넘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코로나를 통해 새롭게 주어진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앞으로 다시는 한인양로원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양로원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언젠가 내가 맞이할 일이다. 그러니 내가 살 집 내가 살린다는 각오로 ‘무궁화 영문편지’ 보내기 캠페인에 참여하자. 주민의견 제출기한은 오는 14일까지다. 이메일: [email protected]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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