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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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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에서 정상으로-트럼프 반면교사(反面敎師)


▲국정을 TV 리얼리티쇼처럼 운영한 트럼프

 

 “누가 되더라도 그 인간(트럼프)보다는 나을 것이다” “이제야 두 발 쭉 뻗고 잘 수 있게 됐다” “인류의 대재앙이 끝나 해방된 기분이다”…

 

 미 대선에서 바이든의 승리가 확정된 순간, 미국인은 물론 세계인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의 승리보다 트럼프의 패배에 더 많은 환호가 터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별 특징도 흡인력도 없는 78세 노인(바이든)이 승리한 것은 그가 트럼프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역설까지 나오고 있다.          

   

0…올해 미 대선은 트럼프라는 이단아가 또 다시 4년을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재앙으로 몰고갈 것인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서민과 소수민족 등 약자층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은 추호도 없이 정부를 무슨 TV 리얼리티쇼처럼 운영해온 트럼프가 이제 무대에서 내려올 때가 됐다.

 

트럼프는 애초 비즈니스맨이자 반(半)연예인이었지 정치인이 아니었다. 비즈니스맨은 모든 가치를 돈과 이익으로 계산한다. 이명박도 그랬다. 약자들이야 죽든 말든 자기 실속만 차리면 되고 성과를 부풀려 치적 자랑하기에 바빴다. 이래서 비즈니스맨은 비즈니스로, 연예인은 연예인으로 살아야지 다른 길을 기웃거리다간 이런 사단이 벌어지고 만다. 트럼프가 우리에게 안겨준 소중한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이다.

 

 트럼프의 퇴장은 미국과 지구촌이 그동안의 비정상 상태에서 정상상태로 복귀한다는 의미가 있다. 트럼프는 즉흥적이고 충동적 행동으로 지구촌을 사기치며 갖고 놀았다. 북미관계 역시 철저히 농락당했다. 무언가 있을 것처럼 잔뜩 기대를 부풀려놓고 돌아서선 언제 그랬느냐는 듯 딴짓을 하는 그의 언행에 모두가 질렸다. 한국의 일부 식자층은 트럼프가 한반도 입장에서는 (민주당보다) 유리하다는 그럴듯한 논평도 했지만 결과는 보다시피 빈 쭉정이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돼도 트럼프보다는 잘할 것이라는 태도로 지켜보아 왔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보면 쉽게, 또 어찌보면 어렵사리 대권 고지에 오른 조 바이든 당선자는 44년 정치경력의 노련한 외교분야 전문가로 한반도 문제도 원칙적 입장에서 일관되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무리 어려워도 예측 가능한 정책이라면 신뢰할 만하다.  

 

 게다가 바이든은 부인과 자녀를 교통사고와 질병으로 잇달아 잃은 애절한 가족사를 안고 있어 눈물 흘리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노회한 경륜에 인간미까지 갖춘 바이든은 돈만 아는 트럼프와는 모든 면에서 정반대이며, 따라서 향후 통치 스타일도 전혀 다를 것이다.  

 

0…모든 이들을 질리게 만든 트럼프는 아직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저항하고 있다. 그는 왜 순순히 투항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있을까. 그것은 대통령이라는 면책특권이 사라지는 순간 감옥에 갈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범죄이력은 화려하다. 한번의 대통령직 탄핵, 두 번의 이혼(현 멜라니아도 떠나려 한다니 그러면 세 번), 여섯번의 파산, 26번의 성범죄 기소, 4천 건의 소송, 여기에 중대범죄인 탈세혐의까지… 그는 지금도 형사사건 2건에 12건의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 트럼프가 감옥에 가지 않도록 막아준 유일한 방패가 바로 대통령직이었고, 이 타이틀이 떨어지는 순간 그는 상황이 달라진다.

 

 4년 전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한 것도 무슨 뚜렷한 목표나 정치철학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TV 쇼로 유명해졌으니 ‘그냥 더 유명해지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그가 덜컥 실제로 대통령이 되고 나니 더욱 실감나는 리얼리티쇼를 벌여온 것이다.

 

0…트럼프는 미 대선 역사상 1992년 이후 28년 만에 재선 실패 대통령이 됐다. 현직 대통령의 재선 실패는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이후 처음이다. 미국인들은 그동안 트럼프가 보여온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언사와 진정성이 결여된 행동에 염증을 느꼈다. 끝없는 트윗, 분노, 음모론, 싸움질, 거짓말, 포용력 부족, 공감 결여에 많은 미국인이 고개를 내저었다.

 

 특히 트럼프가 저지른 죄 가운데 가장 질이 나쁜 것은 인종주의와 백인우월주의에 바탕한 분열과 편가르기 행태였다. 이래서 미국은 United States가 아니고 Divided States가 돼버렸다. 

 

 이런 면에서 바이든은 당연히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에서 승리한 셈이다. 다시 말해 바이든이 유권자들의 공감을 산 큰 메시지 중 하나는 그가 트럼프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는 트럼프의 극단적이고 선동적인 단점을 파고들어 미국인이 원하는 것은 차분하고 안정된 리더십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데 정치적 운명을 걸었다. 실제로 트럼프의 저질성에 지쳐 바이든을 선택했다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특히 바이든은 민주당 내에서도 다른 대선 출마자들에 비해 좌파적 성격이 강했으나 막상 본선에서는 중도적 전략을 고수했다. 진보진영의 압력에도 보편적 국민건강보험, 무상 대학 교육, 부유세 등을 거부함으로써 보수 세력과 공화당 지지자들을 포용했다.

 

0…한편 이번 선거를 통해 미국사회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트럼프 같은 저질 광대를 대통령으로 뽑고 그 후 4년간 참담한 경험을 맛보았음에도 아직 여전히 그 추종자가 절반 가까이 존재하고 있다. 총을 들고 협박하며 선거무효를 외치는 무리도 수두룩하다. 이게 자칭 세계 최강국가 국민의 모습이다.

 

 이참에 우리는 미국에 대한 환상을 깨야 한다. 한국의 일부 보수층에서는 미국이라면 신주 모시듯 하고 반정부 시위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각성해야 한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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