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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 배경 영화(XI)-‘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1)

 

 제1차 세계대전 배경영화 시리즈 10편을 연재한지 거의 1년이 되었다. 이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소개하고 WWI 시리즈를 끝맺음 할까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차 대전 종전 후인 1918년으로, 승전국인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열강이 수에즈 운하를 둘러싸고 오스만 터키 제국, 아라비아 반도 외 아랍 지역 간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무렵이다. 이 점에서 보면 WWI 시리즈의 후속 작품이라고 하겠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Thomas Edward Lawrence, 1888~1935)의 자서전인 '지혜의 일곱 기둥(Seven Pillars of Wisdom: A Triumph·1935)'을 바탕으로 만든 역사적 대서사극이다. 제작비 1,500만 달러, 전세계 흥행수입 7천만 달러를 기록한 대작.

 

 이 영화는 아카데미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던 작품으로 1991년 미의회도서관 소속 국립영화보관소에 '보존할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제작된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100대 영화(2007년) 중 7위에 올라있는 명작으로 아직도 우리 곁에 살아있다.

 

 1962년 수퍼 파나비전 70mm 와이드 스크린. 컬럼비아사 배급. 제작 샘 스피겔. 각본 마이클 윌슨, 로버트 볼트. 감독 데이비드 린. 음악감독 모리스 자르. 촬영감독 프레디 영. 출연 피터 오툴, 알렉 기네스, 앤서니 퀸, 오마 샤리프, 앤서니 퀘일, 잭 호킨스, 클로드 레인즈, 아서 케네디, 호세 페레 등 호화 캐스팅.

 

\ 러닝타임이 222분이라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지는데 서곡이 있고 중간에 휴게시간이 있다.

 

영화는 1935년 T. E. 로렌스(피터 오툴)가 오토바이를 몰고 스피드를 즐기며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 자전거를 끌고오는 두 소년을 피하려다 사고로 죽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성 바울 대성당에서 치러진 그의 장례식에 취재하기 위해 온 한 기자가 조문객들에게 이 베일에 가린 유명인 로렌스에 대해 탐문하지만 모두 코끼리 다리만지기 식으로만 알고 있다.

 

 장면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18년 카이로. 당시 수에즈 운하를 둘러싸고 영국과 오스만 터키 제국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을 무렵, 영국 정보국 소속의 육군 중위 로렌스는 지도를 그리고 동료들에게 성냥불을 손으로 끄는 장난을 해보이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있다. [註: 이 성냥불 끄는 장면은 그의 다가올 운명에 대한 암시이기도 한데, 린 감독은 '라이언의 딸(1970)'에서는 오히려 성냥불을 켜는 장면으로 죽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때 아키벌드 머레이 장군(도널드 월핏)의 호출을 받고 간 로렌스가 인터뷰에서 아라비아에 대한 전략을 건의하자 장군은 처음에는 그를 건방지게 생각한다. 로렌스는 얽매이기 싫어하는 '개성' 때문에 명령에 복종하기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다보니 오만하게 보일 뿐 음악과 문학에 조예가 깊고, 고고학 지식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아랍어를 비롯한 많은 언어까지 능통하여 한마디로 박학다식한 장교이다. [註: 그는 당시 오스만 터키 지배하의 시리아를 3개월간 1,600㎞를 걸어서 답사하여 쓴 '유럽의 군사건축 양식에 십자군이 끼친 영향'이란 논문으로 옥스퍼드 대학을 수석 졸업한 인재였다.]

 

 그러나 아랍 정치자문관 드라이든(클로드 레인즈)이 "큰 일도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며 머레이 장군을 설득하여 오스만 터키에 대항하는 아랍 파이살 왕자의 참전 및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결국 로렌스에게 안내자 한 명을 붙여 3개월 간 아라비아 파견을 명한다.

 

 로렌스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카이로보다 매력적인 사막을 더 동경했다. 사막 횡단 여행 중 해돋이의 장관과 청량한 별과 은하수가 또렷한 밤하늘, 그리고 사구(砂丘)의 풍광은 너무 아름답다. CG도 없던 시절, 이런 장면들을 포착하기 위해 그렇게 제작 기간이 많이 걸렸으리라.

 

 로렌스의 베두인 안내인 타파스(지아 모혜딘)가 마스투라 우물 물을 마시는데 저 멀리 신기루 같은 물체가 다가온다. 한참 후에 실체가 나타난 하리스 족장 알리 엘 카리쉬(오마 샤리프)는 허가 없이 물을 마셨다는 이유로 멀리서 타파스를 장총으로 쏴 죽인다.

 

 로렌스가 "나도 마셨소. 그는 내 친구였소."라고 하자 "당신은 괜찮소. 그는 하찮은 인간이었소. 우물이 중요하지."라며 이름을 묻는 알리. 그러나 안내자의 죽음에 분노한 로렌스는 친구에게만 가르쳐준다며 자기는 '살인자 친구'는 없다고 말한다.

 

 생명보다 귀한 물을 둘러싼 사막 부족 간의 오랜 영역싸움에 기인한 살상이다. 이방인 로렌스는 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마셔도 괜찮지만 베두인이었던 안내인은 마실 수 없다는 얘기다.

 

 로렌스가 안내자에게 선물로 주었던 권총을 챙기고 떠나는 알리 족장에게 로렌스는 '아랍 부족끼리 서로 싸우는 한 힘을 키울 수 없다'며 '그 이유는 당신처럼 탐욕적이고 야만적이기 때문'이라고 배짱 있게 말한다.

 

 그 말에 호감을 보인 알리가 다시 돌아와 여기서 하루 걸리는 파이살 왕자가 있는 와디 사프라까지 자기가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로렌스는 호의를 거절하는데…. [註: 우리는 여기서 로렌스로 상징되는 서구 문화와 알리로 상징되는 아랍의 문화가 첫 충돌을 일으키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혼자서 두 낙타를 끌고 나침반에 의지하여 사막을 건너는 로렌스. 협곡을 지나면서 혼자 노래를 부르는데 그 소리가 메아리친다. 거기서 뜻밖에 파이살 왕자의 군사자문관인 브라이튼 대령(앤서니 퀘일)을 만난다. 그런데 그는 대뜸 부하인 로렌스에게 메디나 전선에서 터키군에게 완패하여 아랍인들의 사기가 꺾인 상황이니 입다물고 조용히 평가만 하고 돌아가라고 명령한다.

 

 이때 터키군의 무장 경비행기 두 대가 나타나 파이살 왕자의 진영을 무차별 공격한다. 현대식 무기를 접해본 적이 없는 아랍군은 말과 낙타를 타고 칼로 무모하게 대항하는데….

 

 그 와중에 브라이튼 대령과 로렌스 중위가 파이살 왕자(알렉 기네스)를 알현(謁見) 한다. 파이살 군대는 자문관인 브라이튼 대령의 지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1962)' 영화포스터

 

▲ 1935년 T.E. 로렌스(피터 오툴)가 오토바이를 몰고 스피드를 즐기며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 사고로 죽는 것으로 시작한다.

 

▲ 성냥불을 손으로 끄는 장난을 해보이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있는 로렌스(맨 우측). 이 장면은 그의 다가올 운명에 대한 암시이다.

 

▲ 아랍 정치자문관 드라이든(클로드 레인즈)이 머레이 장군을 설득하여 로렌스에게 3개월 간 아라비아 파견을 명한다.

 

▲ CG도 없던 시절, 자연 그대로의 사구(砂丘)의 풍광이 너무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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