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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문(回文, palindrome)의 날

 

 공포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것도 인간의 용기이고 지혜이지만, “보이지 않는 적(敵)보다 더 무서운 건 없을 것이다.” 생명의 위협과 격리(隔離)의 두려움에 맞닿아 있는 ‘감염(感染)’ 그 자체보다 ‘감염의 공포’가 인간 사회를 더 망가뜨린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자나 깨나 시끌벅적한 사건•사고가 수그러들 줄 모르는 와중에 잠시나마 우리들의 피곤해진 관심사를 유도(誘導)시키는 뉴스가 떴다.


 “AP통신, CNN 등 외신들은 900여년 만에 ‘회문(回文•palindrome)의 날’을 맞아 전 세계가 들뜬 분위기라고 2눨2일 일제히 보도했다. ‘회문’이란 앞에서부터 읽으나 뒤에서부터 읽으나 같은 문장이나 단어를 뜻하는 말로, 2020년02월02일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 ‘회문의 날’은 909년 전인 1111년11월11일이었으며 다음은 2121년12월12일이어서 101년을 기다려야만 한다. 2121년12월12일 이후에는 3030년03월03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보스턴의 에마누엘 칼리지 헤더•피어스 수학강사는 “이런 ‘회문(回文)의 날’은 살아가면서 한 번도 못 겪을 수 있다면서 일생에 한번 있다는 것은 상당히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어언간 입춘(立春)도 지난날이다. 심심풀이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우한(武漢)폐렴’ 관련 기사와 길거리에서 낯선 행인들에게 허리 굽혀 넙죽 인사 그만 좀 하라! 며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넘쳐난다. 


 유전자 해독(解讀)결과 2019-nCoV는 유전적으로 사스(SARS-CoV)와 가장 유사하다는데 감염•확산속도와 높은 치사율이 의료•방역당국을 당황스럽게 한다. 소말리아와 파키스탄을 휩쓴 메뚜기 떼가 입히는 농작물 피해도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2003년도 사스가 창궐할 때 예상 피해가 작아서일까마는 ‘김치 효과’라는 어쭙잖은 소문도 그럴싸했다. 백신이 없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불안감은 지구촌이 마찬가지다. 황당한 민간요법이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 일회용 마스크를 끓는 물에 소독하는 홍콩 시민이 있나하면, 인도 정부는 매일 콧구멍에 참기름을 바르라고 권한다니 글쎄다. 반가운 손님맞이에 신발을 거꾸로 신은 줄도 모르고 맞이했던 배달(倍達)민족이지만 전염병퇴치를 위한 범(汎)국민적 노력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대응해야할 일이다.


 “단순히 경제 논리만 보면 비싼 값에 마스크를 파는 게 맞다 할 수 있지만 돈보다 소중한 신뢰라는 가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정직한 사장님도 계시지만 생산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마스크 원료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마스크 수요가 급격히 늘어 단가가 올랐지만 공급 가격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고 입도선매(立稻先賣)한 물량도 없다는 업체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앨릭스•에이자 미 보건복지부(HHS) 장관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에 촉구한다며 더 많은 협조와 투명성이 보다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치”라며 미국의 전염병 전문가팀을 중국에 파견하는 방안을 중국 정부에 제안했다고 밝힌바 있다. 자존심은 하나뿐인 목숨보다 더 할는지… 덥석 손 내밀 순 없을 그들의 체면문화를 고려해야할는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볼 일’이 아닐까요?


 특히 영국정부의 “우한(武漢)은 물론이고 중국 전역(全域)에 체류 중인 영국인은 가능하면 중국을 떠나라!”는 발표에 세계가 긴장하기도 했다. 20여개 국가가 자국민을 탈출시켰지만, 중국 전역의 모든 자국민에게 탈출을 권고한 것은 영국이 처음이다. 중국 내 영국 교민들은 목숨을 건 선택 앞에서 고심(苦心)이 태산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BBC방송의 보도다.


 향기가 오랫동안 이어져 훌륭하고 꽃다운 명성이 후대에도 길이 전해짐을 비유한 ‘유방백세(流芳百世)’가 있다. “대한항공회장이 나서지 않았으면 자리가 하나 더 돌아갔을 텐데…하는 아쉬움이라면 그나마 이해가 가겠는데 ‘숟가락을 얹었다’는 표현에서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완연히 읽힌다. 논공행상(論功行賞)에서 명예를 얻어야 하는데 공로(功勞)를 가로채였다는 경찰영사의 비뚤어진 평등의식이 엿보여 씁쓸했다.”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뜨겁다. 


 짐짓 ‘감(?) 놔라 배(梨) 놔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어려울 때 서로 도움주고 도움 받으며 모두들 무탈하시고 다된 밥에 콧물 흘리는 볼썽사나운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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