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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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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16)-구름과 비의 도시 마추피추

 

 

꼬스코의 ‘San Pedro’역에서 하루에 한 번 떠나는 기차로 3시간, 걸어서는 사흘 동안 잉카 트레일(Inca Trail)을 따라가면 구름 위의 환상도시 마추피추(Machu Picchu)가 녹색의 망토를 걸친 독수리인 양 버티고 앉아 숨을 멈추고 바라보게 만든다. 과연 세계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힐만 했다.

절벽같이 깎아지른 산봉우리, 와이나피추와 우람한 마추피추 사이로, 자애로운 어머니가 치맛자락을 거머쥐고 서 있는 듯한 푸투쿠시 산봉 아래엔 사라진 잉카제국의 옛 터가 그 아픔을 한없이 울어주는 빗소리에 잠겨있다.

 

 

 

자연의 모습 그대로 그리고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에 돌을 쌓아 올린 잉카의 신전, 해마다 태양의 신에게 바칠 처녀들이 정갈한 예식을 준비하기 위해 기다리던 건물과 200여 채의 민가들, 모르타르로 메우지 않고도 이어진 돌담의 기술, 해와 달과 별에게 제례를 올린 3개의 돌문 틀, 계단식 농토와 관개수로, 천체의 사라짐을 막기 위해 태양을 붙들어 두는 제례를 지냈던 인티우아타나 해시계 등… 이 감동들을 친구들에게 말해주기엔 너무나 먼 도시에 와 있다.

안데스 계곡, 마지막 제왕인 잉카 망코의 권위를 자랑하는 듯 세상을 놀라게 한 타완틴 쑤요(꼬스코에서 4방위로 뻗어있는 제국)의 하나인 마추피추는 금광을 캐보려고 덤벼든 탐험가들도 찾아내질 못 했단다. 그곳은 스페인 정복자들의 손이 닿지 않은 잉카 최후의 피난처에 알맞은 자연의 요새였으며 신성한 터전이었다.

300년의 노예생활에서 페루 국민을 해방시킨 볼리바르 장군을 연구하던 미국의 고고학자 빙함(Bingham)이 드디어 감추어진 문화탐험의 승리자가 된 것은 1911년 7월24일의 일이었다. 그는 마추피추가 잉카 망코의 마지막 수도이며 마지막 싸움터였음을 믿었다.

빙함이 습기와 열기와 빗속에서 헤맸던 그 험난한 길을 우리는 최고급 잉카열차로 오르내렸다. 비록 왕복비용과 점심값을 포함해 한 사람이 115불씩이나 내고 스위스의 산악지대를 오르듯 지그재그로 4번 돌아서야 마추피추와 만날 수 있었지만.

 

 

 

그 높은 산 위엔 약삭빠른 상인들이 호텔을 짓고 뷔페식당도 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어장이 있어서 해산물이 풍성한 페루 해안에서 잡은 싱싱한 송어회에 신 레몬을 섞은 세비체와 피스코 사워라는 곡주나 잉카콜라를 곁들여 먹으면서 마추피추 뒤에 서 있는 더 높은 봉우리들을 다시 우러러 보았다.

한 쎄라노 젊은이가 태양의 신에게 제물로 받친 잉카 처녀의 영혼을 위로하는 듯 태양신전에서 애틋하게 부는 피리소리가 벼랑 아래로 구슬프게 울렸다.

 

 

와이나피추와 마추피추 사이로 우루밤바의 강물이 아득하고 그 옆에 우리를 다시 속세로 데려다 줄 장난감 기차가 기다리고 있다. 우루~꽝꽝~ 소리 내며 힘차게 흐르는 아마존 강 상류인 이 우루밤바 강물 소리를 정겹게 뒤로 남기고, 온통 비에 젖은 옷자락 속에 카메라를 싸 안고, 산 밑으로 걸음을 옮겼다.

누가 마츄피추를 ‘늙은 산’이라고 말했을까? 우리 눈엔 영원히 늙지 않는 ‘불멸의 산’으로만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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