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ON
  • knyoon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 66
    •  
    • 558,289
    전체 글 목록

알함브라궁의옛날옛적이야기-망코 읍장님과 고참병의 이야기(6)

 

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그 난리와 혼란 속에 저는 바닥에 나가 떨어져 정신을 잃고 말았습지요. 정신을 차려보니 어떤 언덕 꼭대기에 누워 있었고, 그 아라비아 말은 제 옆에 서 있는데, 제가 떨어지며 제 팔이 그 고삐 속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옛 카스티야로 달아나지 못한 것이지요.

“읍장 나리, 제가 주위를 둘러보고 놀란 것은 짐작하시리라 믿습니다. 용설란과 무화과나무 울타리며, 남부지방에만 있는 풍경들과, 아래쪽에 보이는 탑들, 궁전, 큰 성당이 모여있는 대도시가 보였으니 말씀입니다. 저는 말을 끌고 조심스레 언덕에서 내려 왔습죠. 다시 녀석 위에 올라탔다가는 어떤 술수에 말려들런지 모르니까요. 그렇게 내려 오다가 나리의 순찰대를 만나 제 앞에 펼쳐진 곳이 바로 그라나다이며, 알함브라 성채 안에 마법에 걸려있는 모든 무슬림을 공포에 떨게 하는 그 무서운 망코 읍장님의 요새 안에 있음을 알게 된 겁니다. 저는 곧장 나리를 만나 뵙고, 제가 본 모든 것을 말씀 드리고 나리를 둘러싼 알지 못할 위험에 대해 경고해드려야겠다 결심한 것입니다. 이 나라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적의 군대로부터 나리의 요새와 나라 전체를 지키실 조치를 미리 취하시도록 말씀입죠.”

“그렇다면, 친구여, 참전용사이며 군대 봉사도 많이 했을 테니, 그 재난을 막기 위해 내가 어찌하면 좋은지 충고 좀 해주게나.” 읍장이 말했어요.

“저 같은 일개 병사가 나리처럼 현명하신 지휘관을 가르쳐드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만, 제 생각에 나리께서 산속에 있는 동굴과 그 입구를 모두 견고한 벽돌로 쌓아 막아버리신다면 그들은 지하 거처에 아주 갇혀 버리지 않겠습니까? 존경하는 신부님께서도 그 방책들을 축성해주시고 십자가들과 성물들을 걸어두신다면 이교도의 모든 마법의 힘을 막아내리라 생각합니다만.” 병사가 공손하게 말했어요.

 그런데 읍장님이 톨레도 검의 칼자루를 한 손에 쥐고 병사에게 날카로운 눈길을 주고는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 내가 그 마법에 걸린 산과 무어인들의 황당한 얘기에 속아 넘어가리라 생각하고 있나? 닥쳐라, 이 죄인아! 네가 퇴역 고참병이라면, 네가 상대하고 있는 나는 한 수가 더위인 노병이며 그 따위 술책에 쉽게 넘어갈 사람도 아니다. 이 봐라! 경비병들! 이 자를 철창 안에 가두어라.”

새침데기 가정부가 포로를 위해 한마디 거들려고 하자 읍장님은 눈짓으로 말도 못 꺼내게 하는군요.

경비병 한 사람이 병사의 팔을 붙잡다가 불거져 나온 그의 주머니를 당겨보니 무거운 긴 가죽주머니가 끌려 나오네요. 경비병은 한 귀퉁이를 잡고 읍장 앞에 놓인 탁자 위에 모두 쏟아놓았어요. 어떤 산적의 노획물이 저렇게 찬란한 금은 보화를 지녔을까 싶게 반지, 보석, 진주, 묵주, 다이아몬드 십자가에 다양한 옛날 금화까지 쏟아져 나와 방구석 여기 저기로 구르는 거에요.

잠시 동안 재판은 중단되고 모두들 그 반짝이는 도망자들을 잡으려고 법석을 떨었지 뭐에요. 그나마 히스파냐의 자부심을 중히 여기는 읍장만이 엄숙하게 품위를 유지했으나, 그의 눈빛은 마지막 동전과 보석들을 다시 자루 안에 집어넣을 때까지 욕심으로 이글이글 했어요.

수도사는 별로 침착하지 못하군요. 그의 얼굴은 용광로처럼 이글거리고 작은 눈은 묵주와 십자가에 꽂혀 번득였어요.

“성물을 훔친 무엄하기 짝이 없는 놈이로다! 어느 교회와 성소에서 이 성스러운 유물들을 약탈했느냐?”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