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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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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이야기-알함브라궁의 장미와 은빛 류트 이야기(2)

 

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마침내 그라나다가 다시 왕족의 거처로 환영을 받게 된 때가 왔어요. 온 세상이 알다시피 필립페 5세는 부르봉 왕가에서 히스파냐를 지배한 초대 왕이었지요. 온 세상이 알다시피 그는 파르마의 아름다운 공주, 이사벨라와 재혼 했고요. 그래서 히스파냐 왕좌에 프랑스의 왕자와 이탈리아 공주가 나란히 앉게 되었지요.

이 특이한 부부의 방문으로 알함브라궁은 신속한 보수와 정비로 법석이었어요. 이 왕가가 들어서면서, 온통 버려진 채였던 궁전의 모습이 모두 바뀌었고요.

요란한 북소리, 나팔소리, 골목과 정원 밖을 달리는 말발굽 소리, 번쩍이는 무기들, 성벽 여기저기에 내걸린 깃발들이 그 성채가 옛날에 누렸던 호전적인 영광을 떠올리게 했답니다.

왕궁의 수행원들 가운데 왕비가 총애하는 루이스 데 알라콘이라는 시종 기사가 있었어요. 위엄있는 이사벨라 왕비의 시종 무관으로 뽑힌 사람들은 모두 우아하고 아름다운, 그리고 뛰어난 기예를 지닌 사람들이지요.

이제 막 열여덟 살인 루이스는 몸이 날래고 유연했으며 그리스의 젊은 안티노우스처럼 우아했어요. 그는 왕비뿐만 아니라 궁중의 많은 여인들에게 귀여움을 받아 버릇이 좀 없었지요.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던 이 시종 기사가, 어느 날 아침 알함브라가 내려다보이는 헤네랄리페 연못 가의 숲길을 어슬렁 헤매 다니고 있었어요. 그는 왕비가 아끼는 흰 바다 매를 데리고 나왔어요. 그러다가 덤불에서 날아오르는 새 한 마리를 보고 매의 두건을 벗긴 다음 날려보냈어요.

흰 매는 높이 날아올라 사냥감을 향해 돌진했으나 놓쳐 버리고는 루이스가 신호를 보내도 못 들은 척 멀리 날아가버렸어요. 루이스는 흰매가 알함브라성 외벽에 홀로 서 있는 외딴 탑에 내려앉는 것을 보았어요.

헤네랄리페와 왕국 성채를 갈라놓는 계곡 옆에 서있는 탑, 바로그‘왕녀들의 탑’에 말이에요.

탑 앞엔 갈대로 격자 울타리를 친 작은 정원이 있고 울타리 안에 배롱나무 꽃이 가득 피어 있군요. 루이스는 그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 탑 가까이 가보았어요. 문은 빗장으로 잠궈 놓아 그는 문 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어요.

관목 울타리를 친 작은 정원이 보이네요. 쪽문을 밀고 들어가 장미 화단을 지나자, 돌림무늬로 장식한 벽과 대리석 주랑이 나오고, 눈같이 하얀 대리석분수가 장미꽃밭으로 둘러싸여있는 무어식 홀이 나왔어요.

한 가운데에 노래하는 새가 들어 있는 금빛 새장이 걸려있고, 그 밑에 명주실이 감긴 실패 따위가 든 반짇고리가 놓여있고, 의자 위엔 거북이 등같이 반짝이는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 있네요. 그리고 리본으로 장식한 기타가 분수 옆에 서 있군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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