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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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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이야기-아름다운 세 공주 이야기(7)

 

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공주님들이 더 가지고 싶은 게 무엇이지요? 말할 줄 아는 그라나다의 깜찍한 앵무새를 데려올까요?”

“미워! 괴상하고 알 수 없는 소리나 꽥꽥 지르는 새들이라니. 그 성가신 소리를 듣고 있으면 머리가 텅 비어 버릴 거야.”하고 자이다 공주가 소리쳤어요.

“그럼 지브롤터 섬의 원숭이를 데려와서 익살 떠는 것을 보시면 기분이 풀리실까요?”

“원숭이라구? 흥! 사람 흉내나 내는 역겨운 동물은 너무 싫단말야.” 조라이다 공주가 말했어요.

“모로코 왕실의 유명한 흑인 가수, 카셈은 어떤가요? 아주 멋진 여자 목소리를 낸다는데요.”

“난 흑인 노예들은 보기만 해도 끔찍해. 게다가 난 음악을 듣고 싶은 재미 마저 사라졌어.” 마음이 섬세한 조라하이다마저 불평이었어요.

“아, 공주님들, 그렇겐 말씀 못하실 걸요.” 늙은 카디가는 교활하게 말을 돌렸어요.

“어제 저녁만 해도 음악을 듣지 않으셨나요? 우리가 여행길에 만났던 세명의 히스파냐 기사들이 부르는 노래들을 저도 들었는걸요. 그런데, 맙소사, 공주님들! 왜 갑자기 얼굴들이 빨개지고 허둥거리시나요?”

“아냐, 아무것도 아냐, 유모. 제발 얘기 더 해봐요.”

“글쎄, 제가 어제 저녁에 베르밀리온탑을 지나다 보니 세 기사가 하루일을 끝내고 쉬고 있더군요. 한 사람은 기타를 그렇게도 우아하게 켜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돌아가며 노래를 불렀는데 그 모습이라니, 얼마나 멋지게 불렀는지 감시병들이 마법에 걸린 동상 마냥 꼼짝 않고 듣고 있더군요. 알라여, 용서하소서! 저도 조국의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더구나 그렇게나 고상하고 잘 생긴 젊은이들이 쇠사슬에 묶인 죄수였으니!” 마음이 따뜻한 카디가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어요.

“우리도 그 기사들을 볼 수 있게 유모가 좀 도와줄 수 없을까?” 자이다가 나서며 말했어요.

“나도, 음악을 좀 들으면 아주 기운이 날것 같은 걸.” 조라이다가 맞장구 치며 말했어요.

소심한 조라하이다는 아무 말도 안했어요. 하지만 카디가에게 달려가 팔로 목을 끌어 안았어요.

“아이구 나 좀 살려주어요. 작은아씨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나 아세요? 아버님이 이 얘기 한마디라도 들으셨다면 우린 모두 죽은 목숨이란 말이에요. 그 기사님들이 교육을 잘 받은 고귀한 청년들인건 틀림없지만, 그게 다에요? 그 사람들은 우리 신앙의 적들이란 말이에요. 그러니 공주님들은 그들에게 혐오감 외에 어떤 감정도 품어선 안 된답니다.” 똑 소리나는 카디가가 소리치며 말했어요.

혼기에 이른 여성에겐 어떤 금지도 통하지 않는 놀랄 만큼 대단한 의지가 있군요. 공주들은 합세해서 똑 소리나는 카디가에게 매달려 구슬리다 애원하다 못해, 거절하면 공주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될 거라고 엄포를 놓지 뭐에요.

똑 소리나는 카디가도 별수 없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똑 소리나는 노부인이며 왕에게 가장 충실한 하녀이지만, 아름다운 세 공주가 기타 소리를 듣지 못해 병이 난 모습을 그대로 보아 넘길 수는 없지요.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무어인들 틈에 살면서 충신 노릇 하느라 신앙까지 바꾸었지만, 그녀의 고향은 히스파냐였고, 가슴 속에 기독교 신앙이 아직 남아 있었거든요. 그래서 공주들의 바램이 이루어지도록 궁리하기 시작 했어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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