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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기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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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독자 탄생

 

 지난주 화요일, 아들에게서 새벽에 문자가 왔다. 아기 사진과 함께. 우리 집안의 5대독자가 태어났다. 기분은 담담했다. 사진을 계속 바라보니 마음속에 뿌듯함이 천천히 몰려왔다. 첫 손녀를 봤을 때는 무척 흥분됐던 느낌이었는데.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 집안은 가난한 농부의 집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캐나다에서 기계로 넓을 땅을 경작하는 농부들도 어렵게 살아가는데 혼자서 농사짓는 농부의 삶이 얼마나 궁색했을까?

그런데 어머니 말씀이 내가 태어났을 때 그 동네가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삼대독자가 태어났다고. 온 동네 사람들이 우리집 마당에 모여 과연 이번에는 무엇이 나올까? 하는 기대 속에, “아들이다” 라는 소리가 들렸을 때 그분들이 내지른 함성소리는 한일전에서 손흥민 선수의 결승골이 터질 때의 소리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우리 어머니가 딸 여섯을 낳으시고 일곱 번째 태어난 것이 나였다. 딸 서넛까지는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넘어갔을 텐데 다섯, 여섯을 낳으시면서 얼마나 기다렸을지 예상이 된다. 그래서 내 바로 위의 누님은 별명을 똑진이라고 지었다고 했다. 딸은 그만 똑 떨어지라고. 그 바람대로 내가 태어났고 그런데 내 뒤에 태어난 이는 또 딸이었다.

 나는 어릴 때 친구들의 보호를 많이 받았다. 어려운 일이나 위험한 일을 나에게 시키지 않고 자기들이 다 해줬다. 캠핑 가서 텐트를 치거나, 버너로 밥하는 일이나 또는 무거운 것을 날라오거나 하는 일은 3대독자는 쉬라고, 너 다치면 큰일 난다고 하는 친구들의 배려, 지금 생각하니 무척 고맙다.

 아들이 올 초에 결혼을 했고, 코비드가 기승을 부릴 때라 자기들끼리만, 자기들이 열심히 벌어서 모은 돈으로 여름에 집을 하나 샀다. 그리고 며느리가 임신을 해서 예정일이 11월 이라고 했다. 나올 아기가 아들인지 벌써 알고 있으니 이번에 무엇이 나올까 하며 맞추는 재미는 없다. 다만 산모가 건강하게 아기를 출산하고 아기도 건강하게 이 세상을 살아갔으면 하는 기대뿐이다.

 우리는 아날로그시대에 태어나 디지털시대를 살고 있다. 과거의 시대는 어느 정도는 예측이 가능했다.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었고, 덜 먹고 덜 쓰면서 모으면 차도 사고 집도 샀다. 그러면서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고 노동의 대가로 버는 비중이 투자를 해서 버는 비중보다 점점 작아졌다. 이제는 누가 집을 사서 또는 증권으로 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열심히 일해서, 사업해서 벌었다는 소식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 지금은 가상화폐로 돈을 번다는 희한한 일까지 생겨나고 있다.

 과거에는 제조업을 했던 기업들이 세계의 톱10 기업에 포진했었으나 이제는 소위 기막힌 아이디어 하나로 돈을 버는 기업들이 톱 10기업에 포진되었다. 제조업을 하는 기업은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하지만, 아이디어로 돈을 버는 기업은 노동력도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상화폐를 만드는 사람들은 전혀 노동이 필요치 않는 것 같다.

 우리의 손주들이 살아갈 세상은 불확실성의 세상이 될 것 같다. 지금의 세상은 20여년 전의 세상과 딴판이다. 그리고 변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 20년은 또 어떻게 변할 것인가? 승자가 독식하는 세상이 될 확률이 크다. 그러면 그들의 삶에 무엇을 쥐어줘야 그들이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가 있을까?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것은 그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켜야 한다. 좋은 교육을 받으면서 좋은 친구를 사귀고,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게다가 확실한 신앙까지 갖추고 있다면 또 한세상 살아가는 데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 5대독자 Jacob 김명민, 세상에 나온 것을 환영하고, 그대가 건강하게 활기차게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을 확신한다. 이 세상은 너의 것이니 맘껏 누리거라. (2021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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