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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신춘문예 입상작-시조부문

 

<시조부문 가작>

 

묘영(妙詠) 박원옥

(시인, 수필가)

 

              효설(曉雪)

 

행여나 누가 볼까 희붐한 어둑새벽

적막을 뚫고 내린 부끄럼 많은 白雪

삭풍에 난분분하니 온 누리가 하얗다

 

黎明이 밝아오니 선잠 깬 사연들이

어깨를 부딪히며 찍어낸 삶의 무게

기억을 상실해버린 정체불명 인연들

 

새벽이 떠나가고 겨울 해 숨 고르면

스쳐간 흔적조차 순식간 사라지고

어긋난 발자국들만 서글픔을 삭인다

 

효설 (曉雪) – 새벽에 내리는 눈

희붐하다 -날이 새려고 빛이 희미하게 돌아 조금 밝은 듯하다

삭풍 – 겨울철에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 북풍

난분분하다 – 눈이나 꽃잎 따위가 흩날리어 어지럽다

어둑새벽/여명(黎明) – 날이 밝아오려는 희미한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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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서울 태생

1976년 캐나다 토론토 이민

2006년 Tyndale 신학 대학교 졸업

1979-2020년 스코시아 은행 본사 근무

글벗 문학회원

한겨레문학 시 등단

글벗 수필 등단

2008년 글벗 Best Book 수상

제 1회 글벗문학상 수필부문 장려상

제 1시집 '돛단배 구름따라' 발표

제 2시집 ‘사랑의 유통기한’ 발표 (한/영)

2021년 ‘Hamburger Coke’ (문일룡 저서) 초벌 영어 번역

 

수상 소감: 제가 캐나다에 이민 온 지도 어느덧 45년이 지났습니다. 사실 저는 정식으로 문예 창작을 공부한 적도 없고, 오랜 세월 동안 한인사회를 떠나 살면서 한국어보다는 영어에 더 익숙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기에 한글로 글을 쓴다는 것, 특히 시를 쓴다는 것은 저에게 무척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글 쓰는 것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가 없었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나이 오십이 되어서 인터넷을 통해 시 쓰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40여 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은퇴한 것을 계기로 시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시조는 저에게 생소하고 형식을 맞추어서 써야 하기에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흥미롭기도 합니다.

마음에 와닿는 생각들을 적절하게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복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독학으로 공부하면서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라 남 앞에 내어놓기 부끄러운 부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주위 분들의 격려에 힘입어 이번 신춘문예에 응모하게 되었는데 기대치 않게 저에게 이러한 좋은 기회를 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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