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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은퇴 후의 삶(1)

 

레이 강
(Ray Ghang. 토론토 댄포스)

 

 정년 퇴직 후 아파트로 이사했다. 연금이 나오면서 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생각하게 되어 우선 내 주위의 작은 일부터 관심을 갖기로 하고 아파트 자치위원들이 하는 연중행사에 참여하였다. 봄부터 시작하는 화단 가꾸기와 공원과 냇가 청소 등을 하였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트리 장식과 소품전시를 하였는데 자치위원들과 함께 하다보니 금새 친한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40여년 전에 기부받은 소품들을 매해 재사용하다보니 고물이 되어 보기가 너무 좋지 않아 내가 사비를 들여 요즘 새로나운 신제품들로 새로 장식하고 라디오도 구입하여 캐롤을 듣게 하고 색 전구도 보강하여 더 환하게 해놓으니 전혀 새로운 분위기가 되어 사람들이 밤늦게까지 주위에 앉아 성탄 분위기를 즐긴다.

 

 또 별도로 작은 탁자를 놓고 개인적으로 수집한 10여 점의 한국 전통 인형을 전시하였는데 여성들이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9월 말이 되어 Thanksgiving Day 분위기가 고조되면 대형 국화 화분 2개를 구입하여 로비 안에 탁자를 놓고 전시하였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아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

 

 그런데 휴게실 등에는 벽시계가 있으나 로비 출입구에는 없어서 벽시계를 구입하여 공시판 위 중앙에 걸어 놓았다. 그런데 며칠 후 수리를 위해 잠깐 방에 갖고 간 사이 어느 분이 자기의 크고 더 좋은 것을 걸어 놓고 사라졌다. 공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그것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것 같아 내 개인적인 튄 행동이 아니었나 하는 우려를 안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아파트에는 국경일에 국기를 거는 집이 한 곳도 없다. 그래서 대형 국기를 구입하여 국경일이 오면 정문 밖의 두 기둥에 줄로 연결하여 횡으로 길게 걸었다. 그런데 바람에 들떠서 항상 잘 보이지 않는다. 다음날 어느 분이 가는 줄로 기 한쪽 하단과 기둥 아래를 연결하여 묶으니 똑바로 펴져서 항상 잘보인다.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아이디어를 내서 동참해주니 나의 독단 행동이 아닌가 하던 걱정을 안하게 되었다.

 

 우리 아파트에는 백인 주류의 리더 그룹이 있어서 자치회장도 그들이 하고 연중 여러 행사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식품을 구입하여 로비 안 실내에서 판매하는 선행도 하고 있다.

 

 국경일마다 착오없이 국기 하강을 철저히 이행하는 이 동양인에 대해 백인 여성 리더들은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No.1이라고 치켜세워 주지만 나이 듬직하고 말이없는 백인 남성 리더들의 속마음은 알 수가 없다. 그들 백인들이 해야 할 일을 내가 묻지도 않고 했기 때문이다. 항상 무관심하게 행동하던 흑인 여성도 한 팔을 휘저으며 지지의 환호를 보낸다. 의외의 일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에 무슨 잘못된 일이 생기면 차이니스가 했다고 백인들끼리 귓속말을 한다. 내가 보기엔 몇몇 중국인 부부는 나이도 많고 점잖아서 그들이 했다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나도 같은 동양인이어서 마음이 편치 않다. 이 차별적인 귓속말을 소홀히 넘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잘못된 관념을 타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백인 노인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의식들, 싸이클링을 하거나 기타를 들고 가든에서 연습하며 과시하고 조킹을 하면서 로비에서 그들을 만나면 큰소리로 인사를 나누며 우정과 평등감을 갖도록 노력하였다. 싸이클링을 하니 벌써 그들이 먼저 말을건다. 백인들은 스포츠나 연예활동에 민감하고 존중하는 편이다.

 

 몇년 전 어느 중국 청년이 버스에서 백인 청년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그 바로 후에 오타와에서 백인 청년이 중국 청년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이곳 주류 신문기사는 중국인 사건에 대해 ‘야만적인…’이라고 기사가 시작되고 백인건에 대해서는 ‘oo병 환자로 추측되는…’이라고 기사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똑같은 사건이지만 이 사회의 인종차별은 구조적으로 뿌리깊게 형성되어 있다. 그 후 이 사건의 재판은 백인은 무죄(병자이므로) 중국인은 중형이 선고되었다.

 

 이처럼 인종에 대해 차별받는 소수민족은 연합된 파워를 갖고 필요할 때마다 차원높고 효과가 있는 대처를 할 수 있는 전담조직이 필요할 것 같다. 또 활성화한 홍보와 교육을 꾸준히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매스컴 운영부서가 있으면 좋을까 생각한다. 소수민족이 결집하여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신들이 무심코 한 차별적인 한마디가 마음의 큰 상처를 준다는 인식을 확신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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