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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사기 당하지 않는 법

 

 토론토경찰의 보도자료에는 사기를 조심하라는 당부가 수시로 올라온다. 지난 9월28일 데빗카드 결제를 요구한 뒤 가짜 단말기로 비밀번호 등을 빼간 택시기사에 대한 경보음이 울렸고, 8월 말에는 경찰서 전화번호를 사칭해 사기를 친 일당의 사례도 소개됐다. 6월에는 토론토경찰과 요크경찰이 공무원을 사칭한 비트코인 금융사기를 조심하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캐나다에서 국세청 관련 사기는 단골메뉴다.

 

 사기범죄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범죄유형별 국가순위'(2013년) 자료를 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7개 회원국 중 사기범죄율 1위였다. 형사정책연구원의 ‘2016 전국범죄피해조사’ 결과에 따르면 14세 이상 국민 10만 명당 1,152건의 사기사건이 발생해, 100명 중 1명 꼴로 피해를 입었다.

 

 사기사건은 대부분 금전적 손해와 연관이 된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은 분개한다. 사기를 친 범죄자를 어떻게든 처벌하고자 경찰에 고소를 하고, 또한 사기를 당한 자신에게 크게 실망한다.

 금융사기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훔치려는 정치공작과 여론조작 역시 일상화되고 있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서 사업개발이사로 일하던 브리태니 카이저 씨는 최근 ‘타겟티드'라는 책을 펴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사용자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는 데 활용했다는 사실을 내부 고발한 것이다. SNS사용자들은 불법으로 수집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접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 이념이나 정치인에 호감을 갖도록 하는 정치공작과 여론조작에 말려든 것이다.

 

 이런 여론조작 시도에 언론까지 ‘선수’로 참여한다면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하다. 특히 정치에 과도하게 관심이 쏠려있는 한국에서는 독자들이 언론의 ‘수작’에 좋은 먹이가 된다.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자. 지난 8월28일 조선일보는 <조민,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일방적으로 찾아가 “조국 딸이다. 의사고시 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조선일보가 어떤 의도로 이 기사를 썼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를 망신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하루도 안돼 조선일보는 사실관계 확인에 소홀했다며 오보를 인정하고, 조씨와 연세대 의료원에 사과했다. 또 같은 신문 8월6일자 1면에 '고위직, 한동훈 내쫓을 보도 나간다 전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지만 오보로 밝혀져 정정보도를 하는 망신을 당했다.

 

 물론 이런 오보를 조선일보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동아일보는 김대중 정권이 출범하고 반환점을 돈 2000년 9월 초, <대구 부산엔 추석이 없다>는 1면 머릿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유독 호남세력에 정권을 뺴앗긴 대구, 부산 등 영남권 경제의 어려움을 구구절절 강조했지만 실제 2000년대 초 광주광역시의 기업부도율이 영남 주요도시보다 높았다. 때문에 이 기사는 가족들이 모이는 추석 밥상머리에서 김대중 정권을 비판하는 여론이 형성되도록 의도된 것이란 비판을 받았다.

 

 기자들에게 사기 당하지 않는 방법. 표현이 좀 거칠다면, 기자들의 불순한 의도에 말려들지 않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글 내용에서 사실에 대한 기술과 기자 개인의 생각을 구분해 읽어야 한다. 또한 기자가 제시한 사실에 대해서는 그것이 인용한 자료의 전체적인 맥락에 맞는지, 아니면 부분만 발췌해 왜곡했는지 확인하면 된다. 같은 내용을 다룬 다른 기사를 읽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엉터리 기사에 대해 네티즌들이 반박 댓글을 달기도 한다.

 

‘해설기사’라는 이름으로 기자의 개인적 생각을 독자에게 강요한다면 가볍게 걸러내 무시해야 한다. 물론 칼럼에서는 필자의 생각을 펼칠 수 있지만 일반(스트레이트) 기사에서 감정을 실은 문장이 있다면 속아줄 필요가 없다. 특히 일부 기자들은 ‘독자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엉뚱하고도 건방진 고정관념을 아직도 갖고 있다.

 

 기사 내용도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자의 취재능력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각이 전적으로 옳다고 믿어서도 안 된다. 예전에는 언론이 고급정보를 독점했지만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현장취재 없이 책상머리에 앉아 쓰는 기사의 신뢰도는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소위 전문가들의 멘트가 달린 기사는 더 조심해야 한다. 기자의 친한 사람이거나 이해관계가 걸린 인물을 섭외해 그들의 입을 빌려 기자가 쓰고 싶은 내용을 강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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