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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llu
문제를 알고도 못 고친다면
allellu

 

 한국 언론계에서 약 20년을 재직했는데, 그 가운데 7년 정도를 사건담당 부서에 있었다. 거의 매일 경찰서를 출입하고, 법원 검찰을 취재하면서 잊지 못할 사건이 많다.

 

2000년대 중반쯤일 게다. 하루는 경찰서 2층 구석에 있던 형사계를 어슬렁거리다 평소 친분이 있는 강력계 형사 A와 마주쳤다.

 

 “반장님, 요새 조용합니까?” 기사가 될만한 사건이 있는지, 경찰서 출입기자들이 습관처럼 던지는 질문이었다. 당시 강력반은 중년 남성의 실종사건 수사를 하고 있었다. A 형사는 단서가 일부 나왔다며 하루 이틀만 기다려보라고 했다. 특종 욕심이 났기 때문에 “그거 나한테 주셔야 됩니다.” 당부를 잊지 않았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실종 남성은 친구의 연락을 받고 집을 나섰다. 평소 알고 지내던 2명과 주점에서 술을 마셨고, 금전 관계로 몸싸움을 했다. 술에 잔뜩 취한 이들은 함께 주점을 나선 이후 피해자는 연락이 끊겼다. 이튿날까지 남성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은 불안해졌다. 마침 친구들로부터 실종 남성이 집에 잘 들어왔는지 묻는 연락이 왔다. 실종자 가족은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친구 2명을 용의자로 긴급체포했다.

 

 용의자들은 실종자를 살해한 뒤 인근 강가에 유기했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경찰은 수백명을 동원해 강 둔치 일대를 수색했다. 그러나 살인을 입증할 단서는 어디에도 없었다.

 

 살인사건에서 시신은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 사체를 찾지 못할 경우 용의자들은 석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친구 2명에 대해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만큼 목격자 진술과 정황증거가 확실했다. 경찰의 수사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 ‘물을 먹이며’ 며칠간 단독기사를 쏟아낼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전이 일어났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사가 우연히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시점에 신원 미상의 변사사건이 있었음을 알고 재수사에 나섰다. 그 결과 살인 피해 실종사건은 변사로 드러났다.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남성은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다 쓰러져 숨진 것이다.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찰서 관할지역이 달라 연계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자칫 멀쩡한 시민 2명이 살인누명을 쓸 뻔했다. 구치소에서 풀려난 이들은 경찰의 강압수사에 허위자백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이후 소송을 통해 국가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한국에서 경찰출입 기자들은 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법조기자들은 검찰의 내사 또는 수사단계부터 기사를 쓴다. 문제는 독자들이 그런 기사를 읽는 순간 피의자들은 범죄자로 낙인찍힌다는 데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나 조국 전 법무장관 의혹 등이 벌어졌을 때처럼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고 앵무새처럼 말하고, 정치인들조차 “검찰 수사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은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런 기본적인 상식이 무너지면서 한국사회의 갈등은 깊어지고, 수렁으로 빠져든다.

 

 2009년 5월, SBS뉴스는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는 단독보도를 내보냈다. 검찰발 기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고가의 시계를 검찰 수사망이 좁혀져오자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이었다. 이 뉴스는 검찰과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을 망신주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훗날 드러났다.

 

 이와 관련, 언론노조 SBS본부 관계자는 2017년 한 방송인터뷰에서 “저희 취재진이 검찰 취재를 통해 정보를 확보해 방송하는 과정에서 받아쓰기식 보도행태가 나왔기에 고려할 지점은 있다”면서도 “언론을 수사의 도구로 활용하는 검찰-언론 취재 관행은 지금도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 SBS 뿐만 아니라 전체 언론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고치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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